해마다 김장철만 되면 물가가 요동을 친다.
가파르게 오른 물가는 농산물 가격 상승을 부추기기 마련이다.
이는 근원 물가라고 할 수 있는 인건비와 에너지(전기, 기름) 가격의 상승이 주요 원인이며, 이 근원 물가가 사실 농산물 생산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과 달리 농산물은 인풋은 정해져 있지만 아웃풋은 하늘에 맡겨야 한다.
이상 기후가 항상 복병으로 숨겨져 있으며, 제 아무리 많은 비용을 투입한 농사라 해도 이상 기후에 따른 병충해나 급격한 기온차가 발생하면 그 간의 투입된 모든 노고와 비용은 한순간에 연기처럼 사라진다.
주식시장에서는 경제 금융 등 전문가들이 차고 넘쳐 귓등으로라도 전망을 하고 대응이 가능하지만 농사에 있어서는 전망치라는 것이 그다지 통용되지 않는 법이다.
물론 농사를 짓다보면 남의 농사에 감 놔라 배 놔라 참견하거나 또는 하다못해 잡초관리를 엉망으로 해서 인근 밭에 까지 잡풀씨를 퍼뜨리는 피해를 준다는 식으로 동네방네 떠드는 이들도 많은데, 이들이 어찌 보면 그나마 자칭 전문가들이라 할 수 있다.
농업에서의 전문가들이라하면 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이나 소위 석박사 따위의 책상머리 전문가들도 많겠지만 그들 중 과연 연중 농사에 종사하며 실전 능력을 갖춘 농부들이 얼마나 될는지는 의문이다.
결국 현행 한국의 농업이라는 것이 이들 전문가들이라 칭하는 층들이 책상에 앉아 정의하고 방향을 결정하기 마련이기에, 대부분의 농업 정책이나 지원들이 불합리한 구조 속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제주도의 경우만 보더라도 대한민국 지자체 중 농가소득 1위라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이는 지리적 특성상 육지에 비해 연중 기후가 온화하여, 감귤이라는 부동의 소득창출원과 작물의 월동재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농가소득 1위라는 타이틀은 통계학적 착시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여기서의 농가소득은 농삿물의 판매금액, 즉 매출을 뜻하는 것이지, 이에 소요된 농업경영비를 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으로 비유하자면 당기순이익 아니라 매출총액을 의미하는 것이라 하겠다.
한 해 동안 농사를 지어서 5천 만원어치 작물을 팔아봐야, 투입된 경영비를 제하면 잘해봐야 1천만 원을 손에 쥔다는 뜻이다.
관행 노지 감귤농사 1천평기준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대략 4천만 원 정도의 매출이 발생하고 실수익은 800만 원 수준이었는데, 주변 감귤 과수원하는 농부들을 통해 물어보니 거의 수치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낮은 수준이었다.
제주로 귀농한지 기껏 2년, 매일 같이 주변의 밭들을 둘러보지만 여전히 농사에서 별다른 변화의 희망을 보지 못해 안타깝다.
작년에 태풍피해로 인해 대부분의 당근농사가 심하게 피해를 본 반면 피해가 적었거나 거의 입지 않은 일부 농가들이 평년 대비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3배까지 인상된 가격으로 재미를 봤다카더라는 말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카더라 통신을 듣고서 농가들이 올해는 너도나도 당근에 뛰어들었고, 그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태풍이 오지 않은 탓에 유례없는 풍작이 예상된다.
이러한 행태는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에서 일컫는 밈주식이나 포모증후군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그 카더라 통신은 보나 아마도 당근 유통으로 실제 돈을 만진 유통상들이 퍼뜨린 것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유통상들은 아마도 작년에 당근수입은 수입대로 폭등한 국산 당근은 국산 당근대로 양쪽에서 큰돈을 만졌을 터이다.
무는 또 어떤가.
월동무의 주산지인 제주도는 해마다 산지 폐기를 반복하면서도 타 작물의 파종 결과가 좋지 않을 때면 어김없이 대체 작물로 그 자리를 대신하여 무를 파종한다.
길지 않은 농사경력이지만 일없이 밭을 갈아 없는 모습을 숱하게 보아왔고, 올해도 분명 많은 밭들이 갈아 엎어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제 작황이 나쁘면 가격안정을 위해 수입으로 대체하고, 작황이 좋으면 가격폭락을 막기 위해 산지 폐기하는 것이 공식화되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작황이 나쁜 경우나 좋은 경우나 농가에게는 큰 득이 없다는 것이며,
이는 농산물의 수급조절을 사실상 정부가 아닌 유통상들이 쥐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농사가 흉작이면 정부가 지원하는(물론 국민세금이지만) 자금으로 농산물을 수입하면 그만이고, 풍작이면 수매 가격을 바닥까지 떨어뜨려 그들의 수익이 충분히 반영된 평균이상 가격으로 유통하면 그만이다.
사실 소비자들은 마트에서 농산물 구매하려는 경우 가격의 변화를 쉽게 느끼지 못한다, 다만 흉작일 경우에는 유독 온갖 매스컴을 통해 배추가 금값이니, 김장물가 부담이니 하는 얘기들을 듣고서야 민감해진다.
반면 풍작일 경우 가격을 살펴보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현실 농가에서는 거의 폐기처분하는 가격에 넘기지만 유통상은 여기에 마법을 부려 소비자들이 폭락을 체감하기 어려운 가격에 내놓는다.
따라서 유통상들은 급등장이든 급락장이든 수익을 낼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게다가 그들은 매년 어떠한 농비도 투입하지 않는다.
또 하나의 문제는 한국 가정의 식문화가 변화했음에도 식탁에 오를 재배 농산물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농가들도 끊임없이 공부를 하고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에 앞서 정부 유관기관의 정책적 변화와 지원이 선행되어야 마땅하다.
풍작은 산지폐기라는 공식을 바꿀만한 정책을 만드는 것이 그리도 어려운 일일까?
그리도 인터넷 인프라와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의 첨단을 달린다는 한국에서 농업에 조금만 관심을 더 기울이면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일터인데 말이다.
한 걸음에 갈 수는 없겠지만 농업산지별로 시시때때로 작물의 종류, 재배시기 수확량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데이터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어느 정도 시스템이 자리잡힌다면 이를 활용하여 수급의 문제 해결은 물론 변화된 식문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농사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유수의 휼륭한 교육을 받으시고 똑똑한 분들이 이를 모를리는 없을 것이고, 다만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다른 이름인 통상압력, 그 국제 역학 속에 왜소하기만 한 한국의 국력이 어쩌면 가장 큰 장애일 것이리라.
올 해는 또 얼마나 많은 무밭들이 갈아 엎어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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