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삼시 세끼는 농경사회로부터 비롯된 일종의 식습관이라고 볼 수 있다.
오십의 나이를 바라보는 나 역시도 겪어본 적은 없지만, 오늘날과 다르게 먹을 것을 쉽게 구할 수 없던 시절, 오로지 땅에서 키우고 수확한 것으로만 끼니를 때우고 생을 연명해야 했을 것이다.
일명 농경시대, 어찌보면 당시의 사람들이 온갖 문명의 이기를 누리며 정보의 홍수 속에 사는 현대인들보다 훨씬 지혜로운 삶을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매일의 삶이 자연을 통해, 자연 속에서 생존을 두고 다투며 굳이 시험을 치르기 위한 목적으로 암기를 할 필요도 없이 오감과 깊은 사유만으로 끝없는 깨달음과 채득 하는 삶을 살지 않았을까.
나 역시도 제주도로 귀농하여 농사를 짓지 않았다면 혹 알고 있었더라도 망각한 채 살았을 자연의 이치와 인간 삶의 근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을는지도 모르겠다.
전원의 삶을 살다보니 문득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어떤 가치와 삶을 실현하기 위해 그토록 바쁘기만 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작 중요한 기본적인 먹거리에 올바른 정의에 대한 무관심, 자기 주도적이고 스스로 가치를 이루어내는 삶보다 오로지 안정적인 금전의 확보만을 목적으로 한 자녀의 교육, 닭장만도 못한 주거환경에 온 가족의 삶을 몰아넣으며 얻으려는 탐욕 등.
이전에 나의 삶도 이와 유사한 범주 안에 있었으나, 지금은 그러한 삶에서 벗어나 있는 지금의 안온함에 감사함을 느낀다.
특히 흙을 만질 때면, 내 스스로를 온전히 느끼고 바라볼 수 있는 듯하다.
아마 자연 앞에서는 불필요한 가식도 치장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저 어느 하나 감춤 없이 드러내고 솔직하게 편히 숨을 내쉬면 된다.
농사를 짓고 유기농 브런치카페 나의 왼손을 운영하다 보면 가지각색의 다채로운 사람들과 연이 닿게 된다.
이들 중 몇몇 분들은 드물게 농업, 농촌, 그리고 바른 먹거리에 대한 관심과 깊은 지식을 갖춘 분들도 있으나 대부분은 본인의 식탁에 오르는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작년에 파종하여 올 해초 수확 후 저장해 왔던 유기농 당근이 지난 9월 이후 모두 소진된 탓에 생착즙 당근 주스 판매를 중단했었는데, 이미 여러 차례 공지를 했음에도 이를 알지 못하시고 매장을 찾거나 유선상으로 판매문의를 하는 분들도 여전히 많다.
이런 분들의 경우 시시콜콜 많은 질문들을 쏟아내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육지나 마트 가면 당근이 있던데 왜 없냐는 둥, 유기농은 왜 비싼 둥, 겨우 시간 내서 여기까지 왔는데 어디서 구해서라도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둥 이루 헤아릴 수 조차 없는 민원들이 소용돌이치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녹음기를 틀 듯 당근농사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 전달해 드리고, 올해 햇당근 수확기까지 기다려 달라 말씀드리곤 한다.
여차저차해서 생착즙 주스의 맛을 보고자 오늘 생태정원에 들러 솎을 겸, 유기농 당근을 몇 개 수확하여 왔다.
당근주스를 찾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돈 몇 푼 벌자고 아직 맛이 제대로 들지 않은 당근 주스를 돈을 받고 팔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간의 관여를 최소화하고 자연에 맡기어 키우기에 모양은 마트에서 파는 것과는 달리 제각각 삐뚤빼뚤하지만 자연재배한 유기농 당근만의 깊은 향과 맛은 땅에서 뽑아 올리는 순간부터 크게 다름을 느낄 수 있다.
뽑아 온 유기농 당근들은 바로 세척하여 손질 후 생착즙 해봤다.
딱 한 잔 분만...
약간 풋풋한 맛은 있지만 가을에 들어선 탓인지 이미 당근주스 맛은 일품.
당도는 시간과 함께 숙성될 것이다.
운이 좋은 나의 왼손 매장 방문객은 지금도 맛 볼 수도 있다.
본격적인 추위가 닥치면 당근은 겨우내 생존을 위해 체내에 양분을 당분으로 비축하게 될 것인데, 이것이 바로 당근이 달아지는 이유이다.
제주 자연이 키운 유기농 당근 생착즙 주스는 나의왼손 매장과 작은 농부들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https://smartstore.naver.com/sonongs/products/7643035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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