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경기침체 또는 경기 둔화 탓인지, 아니면 해외로 여행수요가 몰린 탓인지 제주도 방문객이 크게 감소한 듯하다.
생각건대 다양한 경제 지표, 물가 수준, 전 세계적 산업별 동향 등으로 미루어 볼 때 확실히 후자보다는 전자가 그 요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물론 매스컴에서는 단순히 제주도 물가가 비싸서 사람들이 해외로 눈을 돌린다(특히 역대급 엔저에 따른 일본행 등)는 등 돼먹지 않은 기사들을 종종 내곤 하는데 정확한 통계를 근거를 기반하지 않는다고 본다.
오히려 현재의 경기상황을 감추거나 대중의 눈을 달리 두려는 의도로 보이는 것은 비단 나뿐인가.
이로 인해 괜스레 제주도만 유독 미운털이 박히는 것은 아닌가 우려도 된다.
개인적으로 지난 20여 년 동안 가까운 동남아 대부분의 국가들을 국내 지방출장 가듯 다녀 본 경험이 있기에 확신하는 얘기인데, 저가 여행패키지를 가더라도 그 어디가 되었든 실제 현지 관광지 물가는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기껏 시간과 돈을 들여 해외관광까지 갔는데, 현지인들이 매일 먹는 1불 미만의 값싼 현지식으로 여행 기간 동안 배를 채울 리는 없고 대부분은 패키지에 구성된 관광지나 그 주변의 비싼 물가 수준에서 비용을 지출하게 마련이다.
한정식에도 몇 천 원짜리 백반부터 몇 만 원 혹은 십만 원 대 이상의 가격대가 존재하듯이 동남아도 마찬가지다.
1달러부터 20-30 불짜리 베트남 쌀국수와 태국 똥냠꿈도 먹어봤고, 발리에서는 현지인들이 먹는 식당에서 1불짜리 나시 짬뿌르와 나시고랭을 먹어봤는데, 1박에 1600달러에 상당하는 불가리 리조트에서 숙박 시 같은 음식을 40불 이상 내고 먹어본 기억이 있다(팁은 별도).
또한 제 아무리 일본 엔화가치가 떨어졌다고 한들, 흔한 국내보다는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는 SNS 과시용 이야깃거리와 자기 위로적 최면일 뿐이지 실제 지출하는 여행경비면에서 제주도 대비 가성비를 운운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본다.
뭐 그렇다고 전반적인 제주도 관광물가나 관련 서비스 물가대비 가치를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제주도민이 되어 겪을 일이 없지만 그 이전에는 매년 제주를 방문할 때마다 관광지 주변에서 느꼈던 저품질의 음식과 서비스 수준에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
다만 이는 상대적인 것일 뿐 제주도만의 문제는 아니며, 어느 국가든지 해외여행이나 관광을 가게 되면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비행기를 타고 해외만 가면 무슨 황금빛 엘도라도가 보장되는가.
해외에는 발길이 가는 곳곳마다 거의 공짜 다시 피 하는 산해진미가 펼쳐지냐 묻고 싶다.
그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바가지요금이 있고, 저품질의 서비스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제주도에 대한 여론의 혹평은, 그저 한심한 국내 언론이 기사를 돌려쓰고 베껴두고 두고두고 끌어올려 재탕삼탕 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영어가 조금 된다면 구글에서 제주도 물가에 대해 영어기사로 한 번 검색해 보시라.
안타깝지만 그 누구도 제주도 물가 따위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상식 수준에서 보더라도 실제 육지대비 제주도 물가는 비쌀 수밖에 없다.
제주도에서 자급자족하는 공산품이나 식료품 비율이 매우 낮아, 대부분을 육지에서 조달해야 하는 구조 탓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물가와 서비스가격에 유가와 이에 따른 물류비용, 보관비용이 추가에 또 추가될 수밖에 없다.
렌터카를 타본 사람은 잘 알겠지만 주유비나 LPG가스 충전비도 육지대비 매우 높고, 도시가스가 없는 가정이나 식당에서 사용하는 LPG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기름과 LPG도 또한 육지에 있는 것을 배에 실어 가져오기 때문인데, 물류비와 보관 운영비가 더 추가되는데 육지보다 싸다면 그것이 비정상 아닌가.
그러한 근원물가가 추가될 수 없는 것이 제주도이며, 제주도 물가가 육지보다 높은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고 자연이 좋아 관광과 여행으로 방문하는 이들의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대단위 생산기반 시설을 조성할 수도 없지 않은가
이는 제주도의 높은 농사비용과도 무관치 않은데, 농업에 필요한 농기계, 기름, 비료 등등 무엇하나 육지보다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무엇 하나를 사거나 팔려해도 제주는 바다를 건너야 함을 기억하시라.
사실 여행과 관광에 대한 개념 정의에도 할 말이 많은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행이라 칭하는 며칠짜리 여행패키지와 일정 그 행태를 보면 여행이라기보다 단기 관광에 지나지 않는다는 나의 생각이다.
해마다 대형관광버스에 시골 어르신들을 몰아 태우고 지금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도로 주행 중에도 뽕짝 음악과 막춤을 선사하는 관광행태를 여전히 목격할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계절마다 자연경관이 좋은 곳이면 어디나 오색찬란한 등산복 단체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는 한국의 그것을 누구도 여행이나 여행문화라 부르지 않는데, 단순히 해외로 비행기를 타고 나가 잠을 자며 먹고 마시는데 돈을 쓰는 것을, 그런 과시용 행위를 여행이라 할 만한 것인가는 생각볼 일이다.
이유야 무엇이 되었든 발리섬 크기의 3분의 1이 채 되지 않는 제주도의 주요 도로 차량 통행량만 살펴보더라도 요즘 그 숫자가 현저히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성산읍 삼달리는 워낙 외진 곳이라 계획 하에 마음먹고 여정에 포함시키지 않는 한 제주 방문객이 쉬이 드나들만한 곳이 아니기에, 예년과 비교하면 유기농 카페 나의 왼손 방문객도 상당수 감소하였다.
다시 농사 얘기.
이제 장마도 끝났고, 제주 유기농 농사의 수확기 전까지는 그 다지 중요하거나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하는 농작업이 많지 않다.
다만 유기농 당근 농사를 비롯하여 몇몇 작물들은 파종 후 고른 성장을 돕기 위해 잡초를 제거하고 대량파종에 따른 잉여 작물들을 솎아주는 작업을 한다.
물론 관행농들은 날이 추워지기 전에 작물이 최대한 성장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농약을 살포하고 화학비료를 뿌린다.
작은 농부들도 요 며칠 사이 비가 없는 날을 골라 아이들까지 온 가족이 함께 작은 당근밭에 들어가 풀과 잉여 당근을 솎았다.
혼자 해도 하루면 되는 면적이지만 아이들에게 시급 1만 원씩에 간식대 몇만 원을 지출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매번 가족을 동원할 때마다 전문 인부들 시급을 훨씬 넘는 수준의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다 ㅎㅎ.
사실 아이들의 노동력에 얼마나 큰 효율을 기대하겠나.
그저 그 맘 때의 나이에 부러 자연에서 흙을 만지는 경험의 시간을 제공하고, 온 가족이 한 뜻을 모아 함께 무언가를 일구고 이루어가는 감정을 겪고 나누게 해 주려는 의도가 크다.
아직은 뜨거운 햇살에 둘째는 내내 오만상을 찌푸리며, 모기가 문다는 등 투덜대다가도 풀 아래 곤충들에게 빠져들기도 하고 때로는 본연의 일에 집중하기도 한다.
첫째는 일찌감치 생각이 성숙한 탓인지, 이제는 밭에서도 말없이 성인 이상의 몫을 해낸다.
내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지금의 이 시간들은 켜켜이 쌓여 어쩌면 단단한 마음과 깊은 사고를 갖는데 기여를 할 것임을 나는 의심치 않는다.
실제 눈으로 보고 만지고, 그 오감으로 느껴 본 경험과 가상의 디지털로 스쳐 지나치는 소모성 간접경험은 그 가치와 깊이를 비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험의 차이는 시간을 더할수록 복리효과 이상의 어마어마한 증폭을 낳게 된다.
특별한 교육철학이라 할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 아이들은 본인들의 인생 여정에서 어떠한 시스템이나 울타리에 종속되지 않고, 휩쓸리지 않으며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사람으로 살게 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본인이 사는 삶, 그 행복과 가치의 기준을 본인 스스로 정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완성형 인격이고 진정한 성인이기 때문이다.
물론 주변의 지인들이나 타인들의 표현과 평가를 빌리자면 내 인생도 그런대로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온 듯하다.
하지만 나 스스로는 늘 세상의 틀이 정해놓은 삶 속에서 충만한 행복보다는 계획과 목표 달성을 위한 경쟁에의 강박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
애초부터 세상이 정해놓은 관념과 그 관성에 휩쓸려 내가 의도했던 삶이 아닌 삶에 매달리거나 시달려 왔다는 표현이 맞겠다.
이번 제주행은 어찌 보면 그 간의 잘못된 항로를 바로 잡아가는 과정 상의 탈선이자 이탈이며 저항이 아닐까.
작은농부들의
제주 유기농 당근주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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