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사이 비가 거세게 몰아 치더니, 새벽부터는 지극히 제주도스러운 가을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아이들을 키우게 되면 자연스럽게 자연환경문제와 특히 좋은 먹거리 그리고 그에 대한 식탁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다.
또한 개인적으로 제주도로 이주하기 전 잠시 환경교육 콘텐츠제작 관련 사업에 관여했던 경험이 있기에 시골의 삶 속에서 있다 보니 도시와 사뭇 다른 환경 이슈들을 관심 있게 보게 되기도 한다
여하튼 지난 주말 이틀 간 집에서 가까운(?) 우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안사람과 아이들은 우도를 종종 왕래해왔지만 나도 함께 동반여행으로는 거의 10여년 만의 재방문인 듯하다.
여느 때 같으면 우도여행 맛집 멋집 인생 네 컷 사진 찍기 좋은 곳 등의 썰을 주로 풀겠지만 그보다 조금은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적어본다.
이번 우도 여행에서 새로이 알게 된,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카페리로 입도하는 차량 수를 제한하고 있다는 것인데, 도민은 제약이 없고 렌트카나 외지인의 차량의 경우 노약자를 동반하는 경우에만 차량 입도가 허용된다는 것이다.
막상 우도에 도착해 보니 도로에는 주행 차량이 드물긴 했지만 대신 각종 충전식 이동 수단이 난무하고 있었다.
아마도 제주도의 친환경 정책차원에서 만든 발상인 듯한데, 내 눈에는 대체 교통수단의 사업권을 목적으로 누군가의 로비에 의해 반영된 정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지금껏 내가 종사해 온 업종이 주로 국내외 정부입찰 사업과 관련된 것들이라,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직업병에서 배어 나온 시각일 뿐이다.
입도 차량수 제한 조치로 얻을 수 있는 환경적 이득은 매연과 교통량의 감소일 것이다.
다만 매연발생의 경우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교통량의 경우는 오히려 더 복잡해진 듯하다.
당연히 도로에 차량대수는 줄어들었으나 그보다 많은 충전 카트들이 대신 도로를 점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충전식 전동 카트는 말 그대로 배터리를 전기로 충전하여 동력을 얻게 될 것인데, 그 많은 카트를 중국에서 만들고 배로 실어 제주도까지 가져오는 데만도 막대한 에너지 소모와 추후 지속적인 배터리 폐기물을 발생시킬 것이 자명하다.
더군다나 해당 배터리들의 경우 재활용 가치가 낮은 수준의 부품일 가능성이 높으며, 일괄 수거하여 재활용을 하더라도 제주도에서는 활용가치가 없다.
따라서 육지의 유관사업체에 보내주어야 할 텐데, 제주도의 환경부서 공무원이 그럴만한 능력과 열정이 있을지, 해당 우도의 사업자가 굳이 추가적인 비용을 들여 그리 할는지도 상당히 의구심이 든다.
그렇다면 제주도 구석 어딘가 또 무단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따라서 입도 차량대수를 제한하는 만큼의 환경적 효과가 얼마나 있을는지도 면밀히 따져보아야만 한다.
게다가 그 임대사업이 지역 내 가져다주는 경제적인 효과는 얼마나 있겠는가.
이동수단 렌트사업으로 관광객으로부터 벌어들이는 수입이 자그마한 우도를 포함한 제주도 전체에 미치는 효과가 얼마나 있겠냐는 말이다.
물론 충전에 소요되는 전기는 국민들이 내고 있는 세금으로 지원되는 저렴한 농업용 전기를 쓸 것이다.
어쩌면 사업운영주도 제주도민이나 우도 주민이 아닌, 외지인일 가능성도 상당하다.
도시와 제주도의 또 다른 주요 차이점이 있다면 편의점이 매우 그것도 아주 매우 많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줄곧 해외영업과 해외사업에 몸담아 왔었기에, 50여 개국 이상을 다녀보면서 느낀 것이지만 인구대비 편의점 분포 밀도로 따지자면 제주도가 체감상 단연 세계 1위에 들어가지 않을까.
도시에 살 때 내가 편의점에 가는 횟수는 연 중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그 이유는 개인적으로 편의점의 전국적 확대와 일상화가 한국의 쓰레기 양산과 배출의 확대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과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재화들 중 정말 필요하고 가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될까 싶다.
껌을 하나 사더라도 상품을 구성하는 대부분이 사용 후 바로 버려지는 포장 쓰레기가 더 많다.
편의점은 말 그대로 편하지만 쓰레기 발생을 가속화시킨 곳이라 할만하다.
편의점 1개소 내 진열된 전체 제품의 포장재와 내용물이 각각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개인적인 생각에 포장재 쓰레기가 절반 이상일 것이고, 이는 결국 소비자가 상품과 함께 그 쓰레기를 돈을 주고 구매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그러나 어찌할 것인가.
나 역시도 입으로만 환경친화를 떠들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육지에서 평생 동안 편의점을 방문한 횟수보다 제주도 이주 후 지난 2년 가까이 드나든 횟수가 훨씬 더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농사일을 하다 보면 매번 인부들 간식거리와 마실거리들을 챙겨야 하는데, 이를 그때그때 자가 조달하기가 어렵고, 시간이나 비용면에서 편의점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참 모순되지 않는가.
자연재배니 유기농이니 떠들며 농사를 짓지만, 농사를 지속하기 위해 정작 입에 들어가는 것은 음식이라고 칭하기도 뭣한 것들과 그것을 먹고 나서 막대한 양의 일회성 폐기물을 자가 생산하고 있으니 말이다.
폐기물과 쓰레기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수년간 베트남과 한국에서 신재생 에너지 사업부문에 투자와 운영을 해본 경험에 비추어 보건데,
정말이지 한국 사람들, 전 세계 어느 국가의 국민들보다 쓰레기 분리수거 참여에 충실함은 인정할만하다.
후진국 국민들은 자신의 땅에 버리고, 선진국 국민들은 남의 나라에 돈을 주고 버린다.
동남아 여행을 가보면 분리수거하는 곳이 눈에 쉽게 띄던가?
혹은 왜 그토록 가난한 아프리카에 전자제품 폐기물과 쓰레기산이 유독 많은 것일까?
문명과 문화가 우수 다는 선진국 주택가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목격해 본 적이 있는가 생각해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갈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분리수거 참여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라는 나라의 현실적 여건이 그리고 정부의 환경 관련 국정운영과 시스템은 이를 받쳐주지 못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산업쓰레기는 너무 전문적인 부문이니 차치하고, 일반인들이 배출하는 생활쓰레기의 경우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재활용률이 높지 않다.
아니 거의 재활용이 안되고 있다는 표현이 맞겠다.
대부분의 분리수거된 플라스틱과 비닐류들은 잘 세척하여 도심 근처에 구축된 열병합 발전소에서 소각되며 그 열과 증기를 도시에 난방과 전기를 공급한다.
물론 일부 아주 상태가 양호한 PET 용기에 한하여, 칩으로 분쇄한 후 다시 플라스틱 용품으로 재활용되기는 하지만 그 비율은 매우 낮다.
간단히 얘기해서 용기를 새로 생산하면 개당 100원인데, 재활용하여 생산하려면 1000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럼 많은 쓰레기는 다 어디로 갈까?
대부분은 땅에 매립을 하거나, 뉴스에 종종 등장하는 무단투기 쓰레기 산을 보면 그 내막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https://youtu.be/fHJ-Nc2X758? si=TWBXvQ04 i55 EKHmG
한 편 제주도는 섬이기에, 관광수요와 생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그리고 엄청난 농업폐기물이 매년 쏟아져 나올 텐데 과연 어찌 처리할까?
답은 두 가지라고 본다.
도심지역은 대부분 매립하거나 해양투기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고, 농가의 쓰레기는 대부분 자가 소각으로 처리할 것으로 추측해 본다.
쓰레기 처리의 예산집행(세금)은 국가가 하지만 그 실행은 민간업자가 맡기에 언제나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결국 국민들이 열심히 시간과 돈을 들여 분리수거하여도 재활용 시 추가되는 막대한 비용 탓에 실제 재활용률은 매우 미미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쓰레기 재활용 사업에는 어마어마한 정부지원과 보조금을 필요로 하는데, 우리나라 정부는 환경예산 확보와 지출에 그리 관대하지 못하다.
이는 해당 사업을 해보며 직접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껴 봤기에 하는 말이다.
내 경험에 따르면 모든 친환경 사업이라는 것도 결국은 기득권들의 무늬만 친환경 에너지인 척 국민 세금을 빼먹는 또 다른 돈벌이 사업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제주도는 물론 전국 방방곡곡에 무분별하게 녹지를 점유하고 있는 태양광 보조사업이 사실은 절대 녹지와 농지의 미래 부동산 개발을 위한 사전 작업이며, 합법적 그린벨트 해제와 전용 수단임을 이해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적어도 남들보다는 환경파괴를 덜 한다는 것으로 자조 섞인 위안을 삼아야 하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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