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도 요사이 며칠 전부터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습관처럼 틀던 에어컨을 건드리지 않고 있다.
한 여름 동안에는 발 밑 저만치 밀어두었던 얇은 이불에 새벽녘이 되면 슬그머니 손이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 여름이 가기는 가는가 보다.
식물의 성장세는 참 대단한 듯하다.
고작 열흘차이인데, 일찌감치 파종했던 생태농장의 당근 싹은 어느새 자라올라 큰 것은 50cm 정도나 된다.
잡초 사이에서 자라난 탓인지, 그리고 건강한 토양 탓에 뿌리가 자리를 더 견고히 잡은 탓인지 제주의 거센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성한 당근 잎 숲을 이루고 있다.
물론 파종시기의 온도와 일조량 등 기후가 더 큰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덕분에 올 해는 조금 더 일찍 햇 유기농 당근 생착즙 주스를 맛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맘때 제주의 농촌지역을 돌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당근밭 전경이다.
제주의 당근밭들에는 당근싹들이 보통 1개 이랑마다 6줄씩 나란히 정열 하여 줄을 서있는 것을 보게 된다.
한 줄마다 당근잎들이 아주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데, 이 모종들이 다 당근으로 만들어지지는 못한다.
당근이 제대로 크기 위해서는 각 당근마다 최소 간격을 10cm가량 벌여주어야 하는데 그 사이에 있는 당근들은 뽑혀 나가 버려지기 때문이다.
그럼 처음부터 씨앗을 파종할 때 간격을 띄워서 적당량만 뿌리면 되지 않을까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문제는 결국 종자의 발아 비율에 있다.
농업용으로 시판되고 있는 당근 종자의 공식발아율은 60% 내외로 표기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철저히 실험을 위해 토양, 기후 등 여러 조건들을 일정하게 통제하였을 때 나올 수 있는 수치일 것이고, 실제 지역별 토양, 미세 기후 조건들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 경험상 실제 발아율은 40%를 체 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다.
결과적으로 파종량 대비 솎아내는 당근의 양으로 미루어보건대, 파종 씨앗 대비 실제 수확량은 10% 미만으로 파악된다. 즉 100개를 뿌리면 10개 정도 수확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물론 씨앗 1개당 단가와 수확 시 당근 1개의 단가로 수익성을 판단할만한 기준은 없다.
제주도에 들어와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메마른 빈 땅이 무척이나 싫어졌다.
특히 비 없고, 뜨거운 날이 지속되는 때마다 바람만 불어도 황량하게 흙먼지가 이는 밭들 말이다.
흙먼지가 일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토양이 황폐화되어있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종종 오해하는 사실 중 하나는 흙 자체가 어떤 생명력을 갖는다 여기는 것이다.
정작 먼지가 날릴 만 큰 황폐한 땅에서는 그 어떤 생명체도 움터나기 어렵다.
그 무언가 흙 외의 것들이 흙과 어우러져야 비로소 우리가 아는 흙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제주의 당근 밭들도 파종기와 수확기가 아닌 이상 연 중 절반 이상의 기간 동안은 흙먼지가 날는 땅이 되곤 한다.
돌려짓기 등을 하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당근 심은 땅은 당근만 심어야 된다고 믿는 것이 이곳의 중론이다.
그렇게 마른땅에 갖은 비료와 퇴비로 공허한 흙에 필요한 그 무언가를 대신하게 만들며, 또한 기계식 파종을 통해 쉽게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하는데 이것이 지금의 보편화된 농업방식이다.
한국의 현대 농업방식에 대해 회의적인 견지하기에 말을 풀자고 한다면 한도 끝도 없지만, 여하튼 나는 마른땅을 보는 것이 싫고, 유통권력이 짜 맞추어 놓은 대량생산의 그 작은 톱니가 되고 싶지도 않기에 잡초 가득한 밭에 내 멋대로 씨앗을 뿌리고 거둔다.
물론 유기농 매장의 안정적인 수급유지를 위해 일부 당근은 풀 없이 잘 정돈된 땅에 보편화된 현대식 농업을 적용해야 하기도 한다.
만약 그리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은 지금껏 듣도 보도 못한 가격의 유기농 당근을 구경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유기농 당근밭이기에 고가의 유기농 비료만을 사용해야 하고, 풀관리를 위해 막대한 인건비를 지출해야 하지만 단골고객들의 응원과 애정으로 이런 비용에 대한 부담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제주 유기농 당근으로 생착즙 한 햇당근주스는 11월에 만나요.
https://smartstore.naver.com/sonongs/products/7643035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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