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로 귀농하여, 아니 정확히는 귀촌하여 매입했던 농지에 260여 주의 감귤 묘목을 심어 두었는데, 나무를 키우고 관리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님을 느낀다.
살아오면서 해본 적도 하고 싶었던 적도 없었던 농사였던지라, 게다가 기본적인 원예지식이나 기술도 전무했던 터였다.
하물며 지목이 전이었던 땅에 그것도 관행 농사를 이어오던 밭에 감귤 나무만 덩그러니 심어 놓고 방치하다시피 해온 것이 나무가 잘 성장하지 않는 주요한 원인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사실 태만함때문이였다기 보다 농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한 초보농부이기에 남의 과수원 일을 하며 어깨너머로 보고 귓동냥으로 주워들은 잡다한 이야기들과 너튜브, 책으로 배운 지식이 전부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자주 들여다보는 것뿐이었다.
물론 1천 평 땅에서 나무를 잘 키워 과수원을 조성하여 감귤 농사로 먹고 살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고, 사업적으로 판단하였을 때도 성공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기에 후일 이 땅에 집을 지을 생각으로 넓은 생태 정원 하나 내 손으로 만들어 볼 요량이었다.
어차피 수년 후 나무가 자라면 그 수확물을 판매할 것도 아니기에 일반 감귤 농장에서 하듯 철마다 혹은 시시 때때로 병해충 예방을 위해 독한 화학 농약을 치거나 나무의 급성장을 위해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화학비료도 사용한 적이 없다.
감귤 묘목을 이라는 것이 본래 나무상태를 좋게 보이기 위해 접붙임 시기부터 매우 극진한 보호 속에서 자란다.
그래야 묘목 구매자들에게 좋은 값을 받고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1년생 묘목을 성목으로 키워 과실 수확까지 최소 5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즉 묘목을 성목까지 키워 그 수확된 과실로 돈을 만들기 위해서는 5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그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관행농의 경우 철마다 비료나 퇴비도 투입하고, 병충해를 해방하기 위해 무겁디 무거운 농약호수를 끌며 농약 살포도 해야 한다.
따라서 감귤 과수원이나 한 번 해볼까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이미 잘 조성된 감귤 과수원을 매입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
그리하면 농작업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인건비는 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이제 만 2년이 채 되지 않은 나의 감귤 묘목들이 야생의 자연 속에서 부대끼고 있는 중이다.
나무는 보통 봄, 여름, 가을 이렇게 세 번에 걸쳐 새순을 돋아내는데, 곤충들은 이 야들야들하고 부드럽고 연한 식감의 먹을거리를 놓치는 법이 없다.
따라서 이 새순이 나는 시기에 맞추어 보통은 곤충의 피해를 막기 위해 농약을 치는 것이다.
내 밭은 모든 환경을 자연 그대로 두고 있다.
가끔 하는 것이 있다면 지나치게 풀이 자라났을 경우 예초를 해줄 뿐이다.
나무에 달라붙어 기생하는 곤충은 실로 다양하다.
진드기류, 온갖 나방류와 애벌레, 노린재, 하늘소 등등.
특히 진드기의 경우, 천적인 무당벌레 유충에 방제를 맡기는데 개체수면에서 진드기의 확산세를 아직은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예년에 비해 올 해는 나무에 해를 가하는 곤충들의 개체수가 확연하게 증가하는 분위기인데, 그 이유가 궁금하여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첫째는 나의 땅은 주변이 관행밭으로 둘러 쌓여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온갖 곤충들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라고나 할까.
연중 그 어떠한 화학처리도 없기에, 오염되지 않고 겨울만 제외하고는 땅이 풀로 덮여 있기에 먹이를 구하거나 은신하기 매우 좋은 환경일 것이다.
둘째는 이상 고온다습 현상의 지속이다.
가을의 초입임에도 기온이 여전히 뜨거우니 겨울을 준비해야 할 곤충들이 계절의 흐름에 혼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내 땅은 곤충들이 더 머물기에 천혜의 조건이 아닌가.
다만 나무들에게는 상당히 고난의 시간이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연한 새순은 물론 이미 경화되어 단단한 나뭇잎까지 뜯어먹고, 지나치게 나무의 즙을 빨아먹어 생장을 심하게 방해하기도 한다.
여느 벌레는 나무의 껍질과 밑동의 줄기까지 갉아먹고 구멍을 내어 나무를 고사시키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하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더는 두고 볼 수 없어서, 천연 방제제를 구해 부랴부랴 나무 하나하나 살피며 뿌려주었는데 효과는 미지수이다.
활력을 잃은 어린 감귤 나무들을 보고 있노라면, 왜 관행 농부들이 습관처럼 화학 농약을 살포하는지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그 무더운 여름에도 고글을 끼고, 마스크로 입을 가리며, 긴팔을 껴입고서 말이다.
그럼에서 강한 수압으로 미세 분사되는 농약에 호흡기와 피부가 노출되는 것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모두가 행복한 농사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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