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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과 농사이야기

작은 농부들 생태정원 토종씨앗 육묘작업기

 

제주도의 봄을 가장 먼저 느끼게 해준 수선화

 

 

이번 여정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이지만, 머무는 그날까지 시골의 삶 그 본연의 맛을 느끼게 해 주고자 오늘도 밭으로 소환된 작은 농부들.

 

우리 땅이니까 우리 마음대로 풀도 키우고, 주변 숲의 대나무들 잘라다 미니 그린터널도 만들어 본다.

 

우리 밭이니까 우리 마음대로 만들거야

 

밭의 넓은 고랑에는 작년 겨울에 파종한 호밀이 가득하다.

 

관행농사밭이었던 토양을 자연상태로 회복시키고 유효토심 확대를 위해 시험 삼아 뿌려 두었지만 사실 아이들의 자연친화적 놀이이자 잠재적인 참 노동을 어려서부터 체득하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계속 도시에서 자랐더라면 제 손으로 밭에 씨를 뿌려보고 그 자라는 광경을 목격하는 일을 경험할 수 있었을까.

 

토종씨앗 떡잎들이 폭발하든 솟구쳐 오른다

 

다소 소심한 성격인척? 하는 아들은 밭에 데려오는 순간 숨겨진 야성을 찾는 듯도 하다.

 

이제 손에 흙이 묻는 것을 기피하지도 않고, 아빠가 삽을 들면 뭐라도 하려는 듯 덩달아 삽을 든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밭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대소변을 해결하고 이러한 행위가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잘 이해한다.

 

 

토종씨앗 모종 물주기

 

목적성이 불확실한 전업농보다는 자급자족의 생계형 소농을 추구하기에 우리의 땅에는 손바닥만 한 미니온실을 만들어봤는데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마침내 미루고 미루다 그 간 여기저기서 나눔 받은 씨앗을 모종판에 담고 육묘작업을 개시하였다.

 

씨앗마다 시기와 온도 등 개성에 따라 알아서 순차적으로 발아를 시작하며 어느 순간 펑하고 딱딱한 씨앗껍질을 벌리며 각자의 움들을 틔워내는데 그 지켜보는 과정이 여간 경이로운 것이 아니다.

 

밭에 발을 들일 때마다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심은 모종들에 앞다투어 물을 주려하고 식물의 이름을 불러주는 아이들, 이런 것이 참 교육이 아닐까?

 

 

 

그렇게 작은 농부들이 모여 앉아 모종판에 놓은 씨앗이 아스파라거스, 파프리카, 비트, 강낭콩, 단호박, 늙은 호박, 토종가지, 참외, 메리골드, 땅콩, 찰옥수수, 오이, 완두콩, 대파, 여주 등등 무엇을 얼마나 심었는지 많기도 하여라.

 

 

 

사실 농사의 기술이라는 게 별 것이 없다.

 

밭이 좋으면 된다.

 

그리고 농부의 부지런한 발걸음이 따라야 하는 게다.

 

밭이 좋아지려면 자꾸 인위적인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이 정답이라고 본다.

뭐 다른 전업 농부들이 보면 미친 소리라고 하겠지만 말이다.

 

트랙터로 갈고, 갈면서 그 무게로 경반층을 지속시키며, 수확 전 후 장기간 햇빛에 그대로 속살을 노출시키고, 양분이 부족하니 온갖 인공화학비료와 개량제를 또 가져다 들이붓는 행위의 반복들. 그러니 땅이 정상일리가 있을까.

 

물론 시장이 요구하는 기한 내 키워 납품해야 하는 현재의 유통구조가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다만 그렇게 키운 작물이 정상일까?

겉보기에는 신선하겠지만 영양적으로 고루 성장한 게 맞을까?

 

사실 이는 소비자들이 판단해야 할 몫일 수도 있다.

 

그 어떤 고가의 명품, 디지털기기의 스펙만큼이나 우리는 먹거리에 대해 심각히 공부하며 고민의 시간을 할애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과 모양만 괜찮으면 만사오케이라면 어찌할 도리가 없지 않은가.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고 하지 않던가.

 

완성형이든 미완성이든 현대의 유기농도 그 농법의 인증 적합성과 완성도에 논란이 많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그나마도 현재로선 신뢰할만하다 여긴다.

 

암판정을 받거나 수술 후 회복기, 여러 질환을 앓거나 투병 중인 환자식 재료로 유기농을 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돈으로 만물의 가치가 평가되는 몰상식의 시대에 적어도 우리 아이들은 자연을 통해 제대로 먹고사는 법과 그 의미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위안을 삼아 본다.

 

 

천편일률적인 일상, 맹목적인 학원식 주입교육, 평생 흙이 없는 땅을 밟고 사는 도시의 빠듯한 삶과 시간을 뒤로하고 자연에서의 느린 삶을 택한 그 선택에 따른 기회비용의 상대적 크기가 후에 어찌 결정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느리게 사는 것, 남과 다르게 사는 것을 옳고 그름의 잣대로 보거나 남의 삶에 견주어 시대에 뒤처진다는 우려는 결코 하지 않는다.

 

인생의 종착역까지 모두가 같은 모습을 하고 같은 시간의 속도로 살아가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올해 마지막으로 뽑은 유기농 당근 크기도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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