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던 이들에게는 극히 반겨마지않을 폭설? 이 내렸다.
반면 이러한 폭설을 반기는 제주의 농가들은 거의 없다.
특히나 올 해는 육지의 비닐하우스 시설재배 감귤의 작황이 좋지 않아 그 반사이익으로 '귤'만 붙으면 좋은 시세를 쳐주는 탓에 지난 한 달여 전부터 제주의 감귤농가들은 분주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작스런 폭설이 내린 것이다.
비와 마찬가지로 폭설이 내릴 경우 밭작물은 물론 시설작물 재배의 수확 또한 멈추어야 한다.
제주는 육지에 비해 제설차량 보유와 운영 등에 있어 상대적으로 폭설에 대비한 재난대처 인프라가 열악하기에 작물의 수확이 문제가 아니라 차량의 도로 운행이 제한되고 육지로 이어지는 물류이동 자체가 차단되기 때문이다.
제주산 작물 대부분이 육지에서 소비되는데, 그 통로가 차단되면 수확을 해봐야 그 보관에 따른 추가적인 비용이 더해지게 될 뿐이다.
크리스마스이브라고는 하지만 특별히 종교나 사상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인생이라 딱히 들뜬 분위기에 휩쓸리고 싶지는 않다.
차분히 맞이한 주말, 오늘도 어김없이 생태정원과 유기농 당근밭을 돌아본다.
지난주에 수확했던 유기농 당근들이 거의 전량 판매되다시피 하였고,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문이 들어오고 있어 눈 밭을 파해쳐서 일부라도 수확을 해볼까 하는 요량이었다.
역시나 당근 밭을 가보니 너무나 포근하게 눈에 덮혀있는 있었다.
푸른색의 당근 잎줄기가 대부분 눈 속에 파묻혀 있고, 아마도 얼어있을 것이다.
이 상태에서 당근을 수확을 하려면 30cm가량의 두께로 쌓인 눈을 걷어내야만 한다.
그 찰나의 순간, 지금 하려는 노동의 가치에 대한 양방향의 고민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 이내 그만두기로 결정한다.
젖은 밭에서의 수확작업만으로도 평상시보다 몇 배의 체력이 소모되는데 눈까지 치워가며 수확한다한들 그 노고를 누가 알아줄 터인가.
게다가 이미 지난주 초부터 폭설로 인한 배송지연 공지도 내놓은 터라 무리한 작업을 강행할 이유가 없었다.
눈이 녹고, 젖은 땅이 마르면 수확하는 것이 맞다.
어쨌든 구매자들과의 약속을 저버린 것은 아니니까.
참 오늘 온 가족이 당일치기 우도행이 계획되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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