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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과 농사이야기

제주 유기농 감귤 택배, 깨지면 누구 탓?

 

 

제주도는 해마다 겨울철이 되면 택배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겨울은 다름 아닌 귤을 비롯한 만감류와 각종 월동채소들의 출하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최근 우연한 기회가 되어 택배의 생태계를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가관이더라.

 

시기가 시기인지라 동네에서 택배사를 하는 이웃의 부탁으로 며칠간 일 그들의 택배일을 거들기로 한 것이다.

 

고질병이 된 팔꿈치 인대의 염증이 도질까 염려스러워 오전에만 서너 시간 정도 돕는 조건으로 일을 맡기로 하였다.

 

알고 보니 택배일이라는 것은 주로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보낼 물건들을 수거하여 택배 대리점에 모아 주는 일,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렇게 전국 각지에서 모인 물건을 받아 각각 배송지로 배달하는 일이다.

 

내가 했던 일은 전자의 일을 맡고 있는 일종의 영업소 업무이며, 가까운 감귤 농장부터 성산과 표선 일대에 걸쳐 있는 수십여 감귤 판매처를 방문하여 차량에 택배로 보내기 위해 감귤상자들을 실어 날라 25톤 대형 박스트럭(윙바디트럭)으로 옮긴다.

 

이 한 곳의 택배 영업소에서 그렇게 매일 옮겨지는 양이 박스 개수로 약 1300여개 정도이다.

 

윙바디트럭이 영업소에 들어와 대기하는 경우 그 날 하루의 일이 제법 수월하게 돌아가지만 만약 이를 조율하는 측에서 배차에 문제가 생기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 1300개의 무거운 박스들이 오갈 곳이 없어져 1톤 택배차에 실었다가 사무실의 좁은 창고에 내리기를 두어 번씩을 반복해야 하는 날도 있다.

 

 

일이 꼬이고 꼬이는 날에는 제주항까지 물건을 실어 날라야 하는 상황까지도 겪어보았다.

 

이 택배영업소 사장 부부가 함께 각각 트럭 한대씩 끌고 가야 하는데, 이 집 안주인이 전날 늦어진 업무로 잠 한숨 이루지 못한 데다, 밤길 운전이라 내심 걱정되었는데 역시나 바깥분이 내게 대신 운전을 부탁하기에 차마 거절할 수 없었던 탓이다.

 

배가 뜨기 전 육지로 나가는 대형 트럭에 최대한 택배상자들을 최대한 채워 보내기 위함이다.

 

택배일을 하는 사람들의 하루는 정말이지 녹록치 않다.

 

농사가 힘들다고는 하지만, 요즘같은 시기의 그들은 이른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하여 늦은 저녁까지 밀린 물량들을 수거해야 하며, 고객들로부터 받은 송장 자료들을 정리하고 취합하고 물류대금의 정산을 하느라 어느 날엔가는 두어 시간조차 눈을 붙이지 못하기도 한다.

매일 같이 사무실로 물건을 들고 들이닥치는 연세 지긋한 삼춘들의 온갖 민원도 친절히 다 받아주어야 한다.

 

불과 며칠에 지나지 않는 경험이었지만, 마음이 무거운 시간들이었다.

 

우리가 비가 오나 눈이오나 바람이 부나 손가락하나로 주문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정해진 배송기일 안에 조용히 구매한 물품이 도착되는 마법의 뒤에는 이처럼 누군가의 희생이 숨겨져 있다.

 

그렇게 육지로 나간 감귤상자는 지역별 물류센터로 입고가 되고 재차 소규모 지역별로 분류가 되면 택배기사들이 각자의 차에 나누어 싣고서 최종적으로 고객에게 전달되게 된다.

 

그런데 말입니다.

 

감귤이 담겨진 택배상자는 3-8mm 두께의 종이로 만들어 있다.

이 감귤상자가 고객에 전달되기까지 최소 5-6번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차에 실리거나 내려진다.

 

통상 10kg가 담겨 있는데, 과육으로 꽉찬 귤은 충격이 가해질 때마다 터지기 십상이다.

 

아무리 택배상자를 살살 다룬다해도 작은 충격이 여러 번 반복되면, 더구나 유독 기온이 낮은 날이면 잘 익은 귤은 쉽게 터지기 마련이다.

 

유기농 귤의 경우 덜하지만 관행귤의 경우는 나무에서 따다가 놓쳐 바닥에 떨어지는 때에도 귤은 다반사로 터지기도 한다.

 

물론 돈을 주고 구매한 사람의 입장에서 상자를 열었을 때 터진 귤이 나오면 행복한 미소를 지을 사람은 없다.

 

헌데 그것을 두고 귤을 재배한 농가에 마치 터진 귤을 보냈다는 듯이 온갖 비난의 화살을 쏘아 보내는 구매자들이 상당수 있다.

 

때로는 푸른 곰팡이가 핀 귤들이 들어가 있기도 한데, 이는 사실 선별이나 포장 시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미세한 상처가 포장 후 부패가 발현된 것임에도 이를 두고 썩은 귤을 담았다 비난하는 구매자들도 더러 있다.

 

단언컨대, 그 어떤 농부도 스스로나 본인의 가족이 먹지 못할 것들을 비난을 감수하며 돈 푼 벌어보겠다고 상자에 담지는 않는다.

 

터진 귤이 있으면 몇 개나 있을 것이며, 푸른곰팡이는 또 몇 개나 담겨있을 것인가.

 

하여 농부들 중 대다수는 때로 소비자와의 직거래보다는 공판장이나 농협 등 유통사 대량납품을 선호한다.

 

가뜩이나 농사일만으로도 피로한데 이러한 불특정다수의 민원을 감당할 만큼 마음이 여유롭지가 못하기 때문이다.

 

올바른 구매자라면 신선 과채류에 대한 상식부터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애초부터 직접 산지에서 본인 손으로 들고 오지 않는 이상 깨지거나 상할 수밖에 없는 것이 신선신품인데, 돈 몇 천 원의 택배비만 지불하면 받을 수 있다는 데 오히려 감사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배송 중 내용물이 많이 파손되었을 경우 감귤류는 택배사에서 전량보상해주기도 한다.

 

물론 불편한 민원이 발생하지 않는 상태로 받는 방법도 있다.

 

택배비를 물건 값만큼 지불하면 된다.

포장에 훨씬 많은 공을 들이고, 상자를 운반할 때에도 조심조심 슬로우모션으로 매우 천천히 하면 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일이다.

 

다만 구매자들 그만큼의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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