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제주에서 한 달여간 유기농 당근, 무, 브로콜리 파종 그리고 유기농 여주 수확까지 몸소 겪어본 실전 농사체험.
이어 작년 12월 제주로의 귀농 직후부터 농사에 투신한 이후 쉼 없이 달려온 지난 6개월여간의 치열하고도 전쟁 같은 농부의 삶, 그리고 나의 첫 농사는 다름 아닌 유기농 여주로 정했다.
세상을 어느 정도 겪을 만큼 겪어 온 40대 후반의 나이이기에, 애초에 귀농귀촌의 로망 따위는 아웃 오브 안중.
언제나 그렇듯 과정에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를 마주해보고 싶은 미친 탐구욕이 발동, 이왕 손에 흙을 묻힐 거라면, 한 번 제대로 거칠게 굴러보고 싶었기에 선택한 길이다.
초기 밭 설계시 장비 인입을 고려치 않고 좁게 배치한 파이프 간격 탓에 1인당 손수레에 20kg 유기농퇴비 4개씩 짊어지고 운반, 살포작업까지 만평의 면적을 모두 사람의 힘으로 해내야만 했다.
한 라인의 길이는 140여 미터, 손수레를 끌고 30여 번 왕복 이후 다시 퇴비살포 작업.
그렇게 나를 포함한 남자 인부들은 끝이 보이지 않을 듯한 70여 개 파이프 사잇길을 왕복해야 했다.
물론 중간부터는 1톤 트럭 백미러를 접고, 후진 신공을 발휘해 좁은 파이프 틈을 조심조심 비집고 이동하는 작업방식으로 변경, 작업시간을 상당 부분 단축할 수 있었다.
여하튼 그렇게 이고 지고 날라 만평 유기농 여주 밭에 뿌린 유기농 퇴비의 양은 총 5천여 포대, 대략 백수십톤이 넘는 양이다.
100KG가 넘는 무게의 퇴비를 손수레에 싣고 밭길 140여미터를 왕복할 때, 흡사 한 마리의 소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역시나 퇴비작업 마지막 날 밤 잠을 못 이룰 정도의 갑작스런 허리통증으로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40대 후반의 나이에 이상이 없는 게 더 이상하지...
여주농사도 여타 작물과 크게 다를 바 없는데, 순서는 대략 이렇더라.
1. 여주 종자를 직접 하우스에서 한 달여간 모종으로 육묘하여 준비
2. 여주 밭 로터리 작업 및 예초작업
3. 작년에 멀칭한 부직포 제거
4. 퇴비 운반 및 살포
5. 비닐 멀칭
6. 여주모종 심기
7. 파이프 및 그물 보수작업
총 작업 일수는 보름 정도 소요되었으며,
트랙터/로터리
관리기 2대
경운기1대
1톤 트럭 1대
9인승 밴 1대
인력 8-10명이 매일같이 동원되었으며, 그 인건비만 이미 수천만 원에 이른다.
이러한데도 여전히 농사가 신체만 멀쩡하면, 누구나 뛰어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가 있을까?
농사는 농업은 이제 그 어느 산업보다 자본논리에 따라 돌아가는 사업이 되어버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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