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전 이미 입추를 지났음에도 제주도는 물론 전국의 폭염세가 꺽일 줄을 모른다.
하여 마을마다 농작업시 온열병에 주의하라는 방송이 연일 스피커를 통해 들려온다.
그럼에도 동틀 무렵이면 언제나 농약트럭과 트랙터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여느 해 같으면 지금 휴가철 극성수기라 제주도를 찾는 사람들로 많이 북적여야 함에도 올 해는 여러 이유로 비수기보다 관광객이 드문 기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혹자는 값비싼 제주물가 때문에 여행수요가 해외로 몰렸다고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경기둔화에 따른 소비위축탓일 것이라 한다.
어느 쪽 주장이든 제주도의 사회적 경제적 생태계에 뭔가 변화가 있기는 있나보다
이참에 비가 오나 눈이오나, 방문객이 있든 없든 영업시간을 준수해오던 유기농 브런치 카페 나의왼손 매장도
셔터를 내리고 육지로 보름간 휴가를 다녀왔었다.
휴가 떠나기 며칠 전 많은 양은 아니지만 생태정원에 유기농 당근 씨앗을 비오는 날을 잡아 먼저 파종하였는데, 성장하는 기세가 남다르다.
No till, No dig, No fertilizer
작은농부들의 생태정원은 당연히 무경운, 무투입이며 말그대로 자연재배에 가까운 농사를 추구한다.
그래서 여느 다른 밭들과 달리 풀이 항상 땅을 덮고 있으며, 풀과 함께 작물을 키운다.
애초부터 판매할 목적이 아닌지라, 그저 자연이 허락하는 선에서만 재배할 뿐 수확량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는다.
보다시피 유기농 당근이 풀과 함께 줄지어 잘 자라고 있다.
아마도 올 해 제주지역에서 가장 이르게 파종한 당근이 아닐까 싶다.
작물을 풀과 함께 키우면 좋은 점이 많다.
어린 잎과 줄기가 다른 풀에 기대에 강풍에 꺾이지 않을 수 있고,
풀의 그늘에 쉴 수 있으며 연한 줄기를 좋아하는 벌레들로부터 어느 정도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더구나 땅 위에 풀의 유무는 수분의 저장과 이탈에 막대한 차이를 낳는다.
풀이 덮고 있다면 당연히 가뭄시에도 이득이 크다.
파종후 떡잎이 올라오면 일정기간 물 공급이 필요한데,
비가 없는 날이 일주일 이상 계속되면 당근 떡잎이 생존할 확률은 거의 희박하다.
하지만 풀이 있는 밭에 파종 시에는 강수량이 부족한 때 상당히 도움이 된다.
울창한 숲에 가보면 나무만 있을 것 같지만,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식물들이 공생하고 있다.
인간세상과 마찬가지로 자연의 모두가 각자의 주어진 역할이 있는 것이고 쓸모가 있는 탓이다.
흔한 방제약 한 번 안치고 자연그대로 방치하다시피 키우고 있는 감귤 묘목들인데,
제주의 강한 바람에 갈 수록 눕고 있는 듯하다.
내년에 정원 조성시 전반적으로 손을 봐야겠다.
올 봄에 여러 가지 토종 작물 씨앗들을 파종했었는데, 수확기에 만끽했던 풍요로움은 현존하는 그 어떤 환금성 가치로도
대체가 불가한 감정이다.
조만간 집터와 생태정원에 대한 본격적인 설계작업을 해볼 요량이다.
유기농 당근 농사에서 가장 품이 많이 드는, 즉 인건비가 많이 드는 작업은 다름아닌 잡초뽑기와 당근싹 솎아주기이다.
소농을 추구하는 나로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농사방식이지만 대량 생산 농업에는 필수이다.
잡초는 그렇다치고, 파종시에는 트랙터에 파종기를 달아 한번에 12줄까지 줄파종을 하는데, 발아율이 매우 낮은 탓에 다량의 당근 종자를 뿌려야 하며 본 잎과 줄기가 올라오면 최소한의 성장할 수 있는 간격을 당근마다 확보해주기 위해 솎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는 유통상과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비율을 높히기 위한 작업이기도 하다.
보통은 당근마다 10센티미터 이상을 만들어 솎아주는데, 이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막대한 양의 종자가 버려지게 된다.
솎아낸 모종을 시험삼아 빈 공간에 이식하고 물을 주어봤는데, 수입종자라 그런지 대부분 생존하지 못한다.
유전자 조작탓인지, 아니면 당근의 생장특성이 원래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다 자란 당근의 경우 생장점만 살아 있으면 당근 싹이 끊임 없이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참고로 마트 등에서 시판되는 당근들의 종자는 모두가 수입산이다.
국산 종자도 더러 있지만, 제주농가에서는 100% 수입종자를 사용한다.
하긴 식량 자급률이 20%도 안되는 한국에서, 정부가 종자산업에 투자할 의지가 있기나 할까.
농작업을 뒤로하고 방학 마지막날 수제버거 노래를 부르는 아들 성화에 못이겨 오늘 저녁은 외식이다.
'귀농과 농사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후쿠시마 핵원전 오염 폐수방류, 몇 달 후면 한국 도착? (0) | 2023.08.29 |
---|---|
제주 유기농 당근 농사는 이제 농부의 숏 커버링 기술적 영역이다 (1) | 2023.08.20 |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피할 수 없나? (0) | 2023.07.20 |
제주 유기농 당근 꽃을 든 농부는 국가공인 조경기능사 (0) | 2023.05.27 |
제주 친환경 유기농 미니당근과 생착즙 당근주스 (1) | 2023.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