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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과 농사이야기

제주 유기농 당근 꽃을 든 농부는 국가공인 조경기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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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자연의 바람 물 그리고 토양과 함께 유기농 먹거리를 만드는 작은농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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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에 담으면 예쁜 화초가 되는 적환무

 

흙 밭에서 뽑은 적환무, 저 하얀 애는 뭐지?

 

 

지난 3월 초 유기농 당근 수확을 마친 후 이렇다 할 굵직한 농작업이 없었던 관계로 시간적으로 조금 여유가 있기에 관심 있던 조경 공부를 쪼금 해보았다.

그러다 내친 김에 조경기능사 자격증 시험에 도전해 보았는데, 덜컥 합격해 버렸지 뭔가.

 

설계라는 용어 자체가 내 삶과는 거리가 있었기에 큰 기대 없이 하루에 도면 설계실습 2장씩 보름동안 그려나갔고, 전형적인 주입식 교육세대였던 터라 별 어려움 없이 기출문제 위주로 속독하여 그렇게 40여 일 만에 올해 정기 1차 시험에 필기와 실기 모두 한 번에 합격한 것이다.

 

물론 턱걸이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국토교통부에서 인정하는 명실공히 조경기능사가 되었다.

그래서 뭐?

 

말이 국가자격증이지 사실 별 쓸모는 없다.

 

이걸 들고 반백의 나이에 어디 취업을 할 것도 아니요, 실제 조경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조경이라는 분야를 들여다보면 농사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게 된다.

 

협의의 의미로 조경은 정원사 또는 정원관리사가 하는 정원 가꾸기 정도로 보일 수 있으나, 광의의 조경, 진정한 조경은 인간이 그 삶을 자연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지난 겨울 유기농 당근이 꽃을 피워냈습니다.

 

 

사실 농사라는 것도 결국 조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연을 이해하지 않고 무턱대고 덤벼들었다가는 망치기 일쑤고, 키우는 작물에 대한 애정을 놓아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정원과 공원의 생태계를 가꾸고 돌보는 일도 조경이고, 밭에서 당근을 가꾸는 일도 역시 조경의 한 범주이다.

 

화훼농가의 아름다운 꽃이 농산물이라면, 밭의 당근 또한 아름다운 농산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꽃에는 비싼 돈을 지불하지만 유기농 당근값이나 유기농 당근주스 가격에 지갑을 여는 데는 인색하다.

 

똑같은 경영비가 들어가는 농사임에도 그러하다.

 

여하튼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채소류는 대부분 꽃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섭취가 가능한 수확상태의 과실만 인지할 뿐 죽는 날까지 그 과실의 꽃들을 구경조차 못하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반면 농사를 짓다보면 자연스레 밭을 관찰하는 능력치가 상승하여, 이 같은 현상들을 목격하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

 

조경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농사를 잘 지으려면 세심한 관찰력을 필요로 한다.

 

초보 농부에게는 더욱더 많은 알 거리가 요구되는 것이 농사인 듯 하다.

 

뉴스에서나 흘려듣던 절기의 바뀜을 매일 그 모습을 달리하는 밭의 생태계에서 느끼게 된다.

 

오늘과 어제의 새소리가 다른 듯하고, 풀 숲과 땅 안 팎은 노니는 생명체들의 움직임도 다르다.

 

이른 봄에 파종하였던 작물들에도 꽃이 달리기 시작하였다.

 

감자가 자라기 시작합니다

 

농사를 짓기 전에는 안중에도 없었던, 감자, 당근, 완두콩, 오이, 레몬, 감귤, 비트, 브로콜리 등등 온갖 종류의 작물들에 맺히는 꽃들이 이제 눈에 들어온다.

 

완두콩의 꽃은 3가지, 마지막 꽃은 콩자루를 매달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유기농 감자는 장마 전에 빨리 키워 출하를 하기 위해, 땅에 비닐을 덮고 일정간경으로 구멍을 내고 감자 모종을 심는다.

이 같은 비닐멀칭 작업은 온실효과로 감자가 빨리 자라고, 일정기간 잡초도 막아주어 감자에 양분을 집중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블루베리도 열매를 맺고 있다

 

내 경우는 급하게 생산하여 출하할 일도 없고, 작년보다 토양이 자연상태로 어느 정도 회복되었을 거라는 가정 하에, 멀칭 없이 풀 밭에 파종을 하여, 늦게 꽃을 보았다.

 

일반 전업농들이 본다면 키득거리며 수군대겠지만, 건강한 토양에서 정상 속도로 자라는 건강한 유기농 감자 수확의 성패를 실험해 볼 작정이다.

 

결과가 어떻든 어차피 가족끼리 혹은 지인들과 나누어 먹고 남으면 매장과 스마트스토어 작은 농부들에서 판매예정인지라.

 

나눔받은 씨앗으로 모종을 만들고, 그리고 개화까지 메리골드

귀농 후 처음 땅을 매입할 당시부터, 그 용도에 농사는 없었다.

1천 평 땅으로는 그 어떤 작물로 농사를 지어봐야 인건비도 건지기 어려운 것이 한국 농업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애초부터 자급자족이 가능한 생태정원을 꾸미는 것이 목적이었으며, 장기적으로는 이를 치유농업으로 활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물론 여전히 규모의 경제가 아닌 소농으로서의 경제성 실현에 대한 도전정신을 버린 것은 아니다.

 

소규모 농사로도 충분히 생계유지가 가능한 농사와 소농이라는 직업의 실험적 삶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3월 수확하여 매장에 꽂아 두었던 유기농 당근, 생장점만 남겨두어도 여전히 초록초록한 새순을 뽑아 올리는 생명력이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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